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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교수가 말하는 탄소중립과 철강의 미래 ③ 미래 모빌리티와 철강

2023년 7월 3일, 포항제철소 1기 종합준공 50주년을 맞은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기술 개발을 통한
그린스틸 생산 등 탄소중립을 향한 본격적인 여정에 나섰다.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이준호 교수와 함께
다가오는 탄소중립시대에서의 철강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이동의 중요성

예로부터 이동은 국가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천이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로마는 전국을 촘촘한 도로망으로 연결했는데, 로마제국의 도로 길이는 총 약 40만 ㎞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 도로 길이의 약 4배에 이르는 거리로, 당시 로마가 국가의 경제력을 확보하는데 이동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통해 도로를 통한 이동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대동여지도에는 10리마다 작은 눈금을 찍어 거리를 표시했는데, 사용자는 눈금 수를 세는 방법으로 거리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통제하는 매우 중요한 정보로 활용됐다. 역사지도 전문가인 김종혁 박사가 대동여지도를 조선시대의 ‘대동여비게이션’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동이 멈추면 경제 활동도 멈춘다. IMF에 따르면 2009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전 세계 GDP가 0.1% 감소한 반면 2020년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으로 전 세계 GDP가 3.0% 감소했다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근골격이 강건해도 순환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것과 같다. 반대로 이동이 회복되면 경제 활동도 회복된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폐지되면서 국내 여행사들은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저비용항공사(LCC)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교통을 넘어선 모빌리티 시대의 도래

일반적으로 자동차, 기차, 배, 비행기를 이용해 사람이 오고 가거나 짐을 실어 나르는 이동을 ‘교통(traffic)’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빌리티(mobility)’라는 말이 교통을 대신하게 되었다. 국제적인 자동차 쇼도 모빌리티 쇼로 이름을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고, 이러한 세계적인 변화에 발맞추어 국토부에서도 작년 12월 ‘모빌리티자동차국’을 신설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김건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교통’은 ‘공급자’가 정한 장소, 시간, 방법에 의한 이동을 의미하는 반면 ‘모빌리티’는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 시간, 방법에 따른 이동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에서도 궁극적인 이동의 자유를 모빌리티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동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정보통신 기반의 데이터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기억하는가?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포르투갈 수비에 둘러싸인 손흥민이 옆에서 쇄도하는 황희찬에게 어시스트를 하여 골을 성공시켰다. 알라이얀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 역전 골로 대한민국은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수비수로 둘러싸여 막힌 상황에서 순간 상대 수비수의 다리 사이로 공간이 보였고, 그곳으로 볼을 밀어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움직이는 곳에서 순간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것이었다.

모빌리티도 마찬가지이다. 모빌리티는 이동을 통해 이전의 부동산 위주의 사회에서는 만들어 낼 수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낸다. 이동 과정에서 다양한 교통수단과 정보통신 기반 데이터를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했다. 차량 공유, 택시 호출, 공유 킥보드, 공유 자전거와 같은 것들이다. 실례로 카카오모빌리티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택시 대비 호출 중심의 택시는 공차 이동과 대기 시간 감소로 에너지 소비량을 약 25% 절감했다고 한다.

모빌리티 등장과 이동의 확장

이동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동은 삶의 반경의 확장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공간과 공간의 연결에 그쳤다면 이제는 이동하는 수단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즉, 모빌리티는 부동산의 가동산화를 만들어낸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푸드 트럭과 차박은 가동산의 대표적인 예이다. 새로운 모빌리티의 등장은 이동의 공간을 3차원으로 넓혔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운영을 계획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조만간 UAM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동은 국토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동의 확장은 인류의 삶에 필연적 변화를 가져온다. 가장 큰 특징은 여객과 물류에 대한 모빌리티 구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즉, 승용차와 화물차의 구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4시간 자율 운행이 가능한 모빌리티의 경우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물류를 운송할 수 있다. 코로나로 우버 승객이 감소했을 때, 우버잇츠(Uber Eats)와 같은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도시에서 공유 오피스가 공간 사용의 효율을 극대화한다면 미래 모빌리티에서 공유 차량은 이동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이동은 여객과 물류의 벽을 허물고 진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적 요소는 연결,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자동차는 이러한 다용도 모빌리티로 활용되려면 그 형체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M의 크루즈(Cruise)와 같은 차량이 대표 사례다.

한편 스마트 미래 모빌리티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친환경적인 이동의 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인류의 이동은 환경을 지속적으로 가능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엔진의 개발은 인류의 번영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온실가스의 배출을 증대시켰다. 지구온난화와 자원 고갈의 문제 앞에서 이러한 방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에 많은 자동차사들이 내연기관의 종말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구온난화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친환경 전기차로의 전환은 속도의 문제이지 방향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요구하는 철강의 성능

한편 자동차 중심의 이동 수단이 미래 모빌리티로 변해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구조체는 여전히 철강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모빌리티의 수요와 지구의 자원을 고려할 때 매우 당연한 결과이다. 단, 미래 모빌리티 소재가 요구하는 성능을 철강이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성능은 고강도 경량화이다. 전기차의 전비를 향상하는 방법은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하게 고강도 강재를 사용해 차량의 경량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요구되는 성능은 고강성이다. 미래 모빌리티가 승객과 화물을 동시에 수용해야 한다면, 내부 적재 용량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회전 시 쏠림 현상을 막으려면 매우 높은 강성이 요구된다. 실례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은 높은 강성의 스테인리스 차체를 사용한 엑소스켈레톤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는 고내식성이다. 여객과 물류의 구분이 없어질 경우, 높은 수준의 청정도를 지속 유지하려면 강재 전반의 내식성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향상된 내피로 성능이 요구된다. 연결,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로 표현되는 미래형 모빌리티는 현재에 비해 운행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차량 유지 보수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운행으로 야기될 피로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미래형 모빌리티의 동력에 해당하는 모터에 사용하는 전기강판의 극박화와 효율 증대, 배터리용 케이싱 소재의 안전성 강화 등도 철강 분야에서 주목해야 할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철강 외 소재 분야에서는 배터리 소재의 성능 향상과 가격 경쟁력 향상의 도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탄소중립사회를 만드는 두 개의 축, 스마트 도시와 미래 모빌리티를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미래사회는 데이터와 철강 기반의 구조물을 정보통신으로 서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임을 알 수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수소 사회와 철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준호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금속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취득 후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 철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표 저자로 기획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 서적인 과 국내 우주 기술 연구자들이 함께 펴낸 등이 있다.

 

[이준호 교수가 말하는 탄소중립과 철강의 미래 모아보기]
– 1편 : 우리가 꿈꾸는 미래 탄소중립사회
– 2편 : 미래 도시와 철강